한국전쟁 중 빈손으로 황해도 고향 떠나
60여 년간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로 재산 모아
“가난한 학생들 위해 써주길 바래”
“이북에서 빈 몸으로 내려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모은 돈이라오. 돈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줘요. 연세대에서 좋은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다니 힘들게 모은 보람이 있어요.”
흰 모시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한 할머니가 2012년 8월 14일 연세대 총장실을 찾았다.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낯빛이 고왔다. 그러면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제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어 달라”며 기부 의사를 전달했다.
주인공은 구순의 김순전 할머니. 그가 자신이 소유한 전 재산을 연세대에 기증했다. 중곡동 자택과 숭인동, 능동, 공릉동 등에 소재한 주택 및 상가 등 부동산 4건의 소유 지분과 예금 등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규모의 재산을 연세대에 내놓은 것이다.
김 할머니는 100억대의 재산을 모으기까지 누구보다도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 한국전쟁 중에 고향 황해도 장연군 순택면을 떠난 할머니 가족에게는 이불 한 채 밖에 없었다. 피난 끝에 빈손으로 정착한 낯선 서울에서 남편과 슬하의 아들을 건사한다는 것은 여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후암동에서 동대문까지 버스로 4 ~ 5 정거장 되는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어요. 배가 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렇게 60여 년 동안 아끼고 또 아껴서 모은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전혀 아까워하거나 기부를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다.
“우리 식구들은 먹고살 걱정은 없다”면서 “저는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어려운 아이들을 뽑아 장학금 줘서,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주길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연세대학교는 2013년 2월 10일 별세하신 故 김순전 할머니의 뜻에 따라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